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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산 자와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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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9.05.29

조회수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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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봉화산 바위. 그 바위는 사법고시 공부 등을 하면서 힘든 기간 찾아 마음을 달래던 곳 이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오른 바 있었던 이로서, 그 순간 얼마나 큰 결단이 있었어야 했었어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버리는 길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음을 생각해 본다.
 
인권변호사로서 독재 권력의 부조리함에 의해 짓밟혀진 민중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면서 그는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고 무수한 버림의 훈련을 치러왔던 터였다.
이전의 권력자들이 철저히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탐욕에 휘둘려 임기를 탕진했고, 그 결과 극형에 처해지고 사면에 처해졌어도 이에 따른 통렬한 반성은 커녕 숨겨둔 재산이 환수되지 않도록 발악을 해왔던 추악함이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노무현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떠난 모습 역시 그의 인생 여정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노무현의 투신으로 검찰은 그간 조사되던 사건의 종결을 선언했고, 그를 따르던 측근들은 상당히 부담을 줄게 되었다. 전 정권 흠집 내기위해 몰입하던 검찰은 여론을 의식해서 현정권의 실세들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구색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은 자신의 죽음이 사법의 균형을 이끌어 낼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이 나라 대통령이 임기 끝난 후에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를 하나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본인 스스로 가진 재산도 없고, 연줄도 없고, 자본가들의 지원도 마땅치 않은 터에 정직하지 않은 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제의 발단이 시작된 듯하다. 물론, 기득권세력, 건설족, 자본가들과 적당히 타협했으면 문제가 없었으나, 임기 내내 나름대로 서민들을 대변해서 가진 자들과 싸우다 보니 결국 이에 미운 털이 박혔던 것이고, 임기가 끝난 후에 그들로부터의 통렬한 역습을 당해야 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 건설족의 대두이신 이명박 각하께서 도덕적으로 의심받는 문제가 워낙 많다보니 이에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높이기 위해서 노무현 흠집 내기 공세를 시작했던 것이고, 벼라 별 말도 안 되는 건들을 트집 잡고 늘어졌음은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과연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닌 현실은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다.
BBK 사건과 같이 빚어낸 불법과 부조리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겉으로는 늘 ‘화해와 상생’을 얘기하면서 민주당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당 내 친박연대까지를 압박하는 그 치졸함에 더불어,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앞서는 건설족의 대두로서 퇴직 후에는 ‘녹색운동가’가 되겠다는 교묘한 말장난을 해대는 현직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는 저 이보다 과연 산목숨인가?
 
반면 자신에게 주워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그 당당한 어깨에 짊어지고 떠난 노무현은 국민으로부터 ‘쥐’취급을 받는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 보다 그 이름이 망령되이 불리는가?
 
큰 결단을 내릴 그 순간을 생각해 본다. 그는 분명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홀가분하게 비웠을 것이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보여 왔던 역사와 민중을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은 그에게 그 선택을 하게끔 이끌었던 것이고, 그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가진 입지와 능력의 한계에서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봉화산 바위를 발로 밀어내며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던 그 순간, 그의 어깨에는 틀림없이 이 나라 역사와 민중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부디 당신이 죽음을 통해서라도 이루려는 뜻.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꼭 올 수 있기를.
당신은 화두를 남기고 떠났으니 그 실현은 남겨진 이들의 몫인 것을...
그러니 이제 당신은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을 벗고 다만 편안히 가라!
 
* 비록 노선이 다른 부분이 있기는 했어도 그는 정녕 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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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수정일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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