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호석
작성일14.01.29
조회수8799
▶ “못 배운 게 큰 죄입니다...”
글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거리의 간판은 물론이고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식당의 메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은행에서 자신의 돈을 찾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깜깜한 세상. 자신의 이름 석 자도 모른 채,
60~70년 평생을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온 그들이 이제 용기를 내어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 늦깎이 한글 학생들의 행복한 골든벨!
‘전국 8도에서 한 자리에 모인 문해 학습자들’
‘문해’란 ‘문자해득(文字解得)’의 줄임말로 문자를 읽고 쓰며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읽고 쓰는 능력이 전혀 없거나, 글자를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성인 인구가 2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능력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국립국어원 2008,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결과)
과거 ‘문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해당자를 비하하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2008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된 이후, 문해교육이 명시되면서 ‘문해’는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를 학생이라 불러다오~♬ 우리는 골든벨 동창생!’
즐거운 패자부활전 ‘박 터트리기’
<늦깎이 한글 학생, 행복 골든벨>에 참가한 100명은 한국전쟁과 사회적인 환경,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 하거나 공부할 기회를 놓쳐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다.
현재는 전국의 지자체, 복지관, 민간단체, 문해교육전담기관 등 1,336개의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에서 학습 중이다.
<도전 골든벨> 설 기획은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문해교육 우수지역인 전북 군산’에서 진행되었으며,
100명의 문해학습자들이 골든벨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아직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비문해 성인들에게 희망을, ‘비문해’를 숨기고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한다.
▶ 100명의 아름다운 도전,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들
최연소 49세부터 최고령 86세로 구성된 100명의 출연자들은 현재 학습 중인 기초 한글부터 맞춤법, 받침, 수학, 생활 상식 등 다양한 문제를 풀며 즐거운 퀴즈 대결을 펼쳤다.
또한 대부분 여성 참가자인 100명은 글을 배우지 못 한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아들이 군대를 가서 편지를 보냈는데,
읽지도 못 하고 답장도 못 쓰고 울었어요.”
여자와 맏이라는 이유로 배우지 못 한 서영복(86)씨,
한국전쟁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학교에 못 다닌 최옥경(69)씨,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배움을 포기한 오인자(70)씨의 사연 등 100명의 100가지 가슴 아픈 사연들.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이 소개될 때 마다 많은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신미영(58)씨는 “평생 못 배운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배우지 못 한 ‘한(恨)’을 풀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박묘남(71)씨는 “학교를 못 다녀 ‘동창’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펐는데 골든벨 덕분에 ‘골든벨 동창’이 생겨 정말 기쁘다”고도 전했다.
▶ 재미있는 에피소드
세종대왕님께 쓴 편지를 읽는 김재숙씨
"세종대왕님, 받침은 왜 만드셨나요?"
김재숙(66)씨는 한글 공부를 하면서 세종대왕님께 꼭 할 말이 있다며 편지를 써오기도 했다.
사연인 즉슨, “세종대왕님, 받침은 왜 만드셨나요?!”
‘쌍받침, 겹받침’이 너무 어려웠던 나머지 세종대왕님께 고충을 토로한 것.
급기야 제작진에게도 받침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고!
"화끈하고 엿같이 끈끈한 것, ‘파스’ 아니예요?"
<호남속요>의 타령 구절 중 ‘‘이것’이 들면 화끈해지고 ‘이것’이 붙으면 엿같이 끈적이고‘에서 ‘이것’이 무엇인지 맞히는 문제!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답, ‘파스’!
‘파스’의 주인공은 경북 경산에서 온 최옥경(69)씨!
‘파스’나 ‘정’이나 떼기 힘든 건 똑같다는 최옥경씨의 주장으로 녹화장은 박장대소!
순천의 시인, 권정자 학생
‘부옇게만 보이다가 이제는 잘도 보이네
우리 선생님 안과 선생님인가?’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풍부해 시를 좋아하고 시를 짓고 싶었던 권정자(83)씨.
하지만 여자는 학교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공부를 하지 못 했다.
글을 몰라 좋아하는 시를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어 평생 한 많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은 좋아하는 시도 외우고 시를 직접 쓰며 시인의 꿈을 이루고 있다.
권정자씨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며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월 2일(일) 19:10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