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하늘끝과 닿은 듯한 배달메 들녘에는 고추잠자리 여기저기 군무지어 날고, 아직은 얼룩무늬 푸누른 옷입고 태평양의 바닷물처럼 논마다 앞뒤좌우 빽빽이 들어선 벼들이 달리기하며 익어갑니다.
그리운 임 기다리는 먼 옛날 섬마을의 18살 처녀처럼 밤에는 달보고 성령님께 소원 빌고 낮에는 해보고 하나님께 소원 빌며 곱디곱게 마음껏 익어갑니다.
겉으론 아무에게도 관심 안 두고 늘 콧대 높게 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인이 논두렁 지날 때마다 총각선생 만나는 그 옛날 섬 처녀처럼 꽁꽁 숨은 가슴 두근거리며 늘씬한 허리 안아주길 바란답니다.
그러면 주인은 늘 자식처럼 끌어안고서 무어라 속삭이며 등을 다독거려줍니다 그래서 배달메의 벼들은 비바람이 불 때도 조개가 진주를 만들 때처럼 늘 참고 견디어 진주같은 쌀로 기여코 영근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배달메 들녘은 지형상 논농사만을 짓기에 알맞은 농촌으로 배달메의 벼들은 다른 지역의 벼들보다 농부들의 사랑을 훨씬 더 받으며 자란답니다. 그래서 그 사랑에 감동된 배달메의 벼들은 거친 비바람이 분다하더라도 늘 거뜬히 견디어 내, 해마다 훌륭한 쌀로서 논주인의 은혜에 보답한답니다. 배달메(대야면)에서 우리나라 수출1호 쌀이 나온 것도 알고 보면 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