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요? 순하고 착하며 제 말이라면 그냥 무조건 따릅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벌써 9년이 되었네요.
결혼한 날부터 아내는 저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당신은 제 반쪽이에요. 제 인생을 맡긴 소중한 사람에게 어떻게 반말을 할 수 있겠어요? 남편을 공경해야죠.”라고 말하곤 합니다.
유난히도 둔한 저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았습니다. 세상 다른 부부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모임에서 어떤 부부들이 아내의 존댓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면 “우리 집사람은 원래 그래! 존댓말이 편한가 봐!” 그냥 뜻 없이 대답해주곤 했죠.
그런 아내가 언젠가부터 기이한 행동을 보입니다. 사기로 된 공기에 밥을 퍼 담을 때마다 그릇 가장자리를 쓰다듬습니다.
그 행동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식사 때마다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아파서 몇 년 만에 설거지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그런데 밥그릇 하나가 이가 빠져서 거칠거칠한 게 만져지더군요. 아주 조금 깨져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만지면 까칠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 그릇!
깨진 그릇에 담은 밥을 남편에게 줄 수 없었던 아내는 그릇을 골라내느라 밥을 퍼 담을 때마다 가장자리를 쓰다듬었던 것입니다. 깨진 그릇에 담긴 밥은 항상 자신이 먹었던 것이지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내의 사랑이 뼈 속 깊이 밀려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아내를 위해 제가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알량한 몇 푼 벌어다 주는 것이 무슨 벼슬인 냥 빨래나 청소 한번 제대로 해준 적 없고 그 흔한 여행 한번, 분위기 있는 외식 한번 제대로 시켜준 적 없는 모자란 남편이지만 그래도 저를 위해 밥 한 그릇에도 그리 정성을 들였던 것입니다.
알뜰하고 속 깊은 제 아내, 참 예쁘죠? 아내자랑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던데……. 끝끝내 이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배려와 사랑을 너무나 당연시 하고 있지 않나요? 한 번 더 웃어주고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아내는 날마다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