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친구, 원님 집 방의 윗목에 놓인 숭늉 물조차 천년만년 얼릴 것처럼 떵떵거리며 온갖 횡포를 부리는 동장군도 세월 앞엔 어쩔 수 없이 팔순 된 노인처럼 기력이 쇠진해지기 마련이라네. 이번 동장군도 벌써 그리됐으며, 이젠 우리 어머님처럼 그리운 봄이 막 돌지난 아가처럼 방글방글 웃으며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다네. 갓 시집온 부드럽고 따스한 옛 우리 형수님같은 봄바람을 몰고서 온다네.
이번에 오는 춘장군은 천성이 선하고 공평하셔 누구를 막론하고 다 찾아가 희망의 봄바람을 전해 주면서 어미닭이 알을 품는 것처럼 따스한 체온이 될 때까지 포옹해주어 만물마다 싹과 잎을 틔우게 한다네.
그런데, 아직도 S친구와 악수조차 하지 않는 친구여, 자네가 S를 찾아가지 않겠다면 S가 봄바람되어 자넬 찾아가거든 친구도 이젠 첫사랑을 맞듯 맞이하면서 서로 사과하며 악수를 나누게나, 사랑의 표적으로 포옹도 하게나.
만약, 올해도 장로인 자네가 변화 없이 前처럼 마음이 찻잔처럼 좁다면 성전문턱이 닳도록 자네가 다니더라도 난 앞으론 자넬 장로로 인정 않겠네. 더구나 지금은 주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고초 당하신 주간이 아닌가. 그분께서도 자네가 성전만 열심히 드나드는 장로로는 원치 않을 것이며, 평생에 한번 나가더라도 진정한 크리스찬으로 살길 원하실 것일세. 그러니, 고난주간 끝나기 前에 그와 꼭 사과하고서 성전도 열심히 나가게.
금년 4월이면 자네가 고대하던 그 날이 이 땅에 오지 않는 가 이대론 자네가 무궁화는 절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현 세상에서 큰일을 하려는 자는 마음이 바다는 못될지언정 최소한 호수는 돼야 하고, 또한 열 명의 아군을 얻는 것보다 한명의 적이라도 줄이도록 하는 게 더 지혜로운 방도라 난 생각이 든다네. 아군은 적군이 있을 때만 필요한 것이지, 적군이 없으면 필요가 없다네 그렇지만, 친구란 적군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손발처럼 늘 필요한 것일세.
바라는바 천운을 얻어 4월 그날에 자네가 무궁화로 피어오른다면, 친구만큼은 “제 아무리 황우장사라도 세월 앞엔 무력함”을 잊지 말게나. 여보게 친구, 밤사이 비가 오더니 아침엔 빗물이 제법 콸콸거리며 흐르고, 밖에는 가뭄에 목 타던 농부들이 나와서 비맞으며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네. 그럼, 4월 그날에 자네가 무궁화로 만개하길 간절히 기원하며 이만 줄이네. 2008년 3월18일 *그런데 저는 몇번 망서리다 위 글을 그 친구에게 보내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