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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박경리.>넉넉한 가을되세요
작성자***
작성일10.09.29
조회수645
첨부파일
'가 을' - 박경리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 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리자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